부재의 풍경展
“Scene of Absence”
□ 작가명: 고찬규
□ 전시기간: 2025. 8.22 ~ 10.11
□ 장소: B&S 갤러리.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273
□ 전화: 02.730.5824
전통 채색화의 조형 어법 위에 현대인의 심리를 얹은 조형 실험을 지속하며 현대사회의 단절과 정적을 시각화해 온, 고찬규 작가(인천대 교수)가 개인전 ‘부재의 풍경’들을 통해 현대인들의 침묵의 장면들을 회화로 풀어낸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장면 속에 존재한다. 그러나 그 장면의 중심에 언제나 ‘존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비어 있음, 사라짐, 말해지지 않음이 어떤 풍경보다 더 뚜렷하게 각인된다. 이 전시는 바로 그러한 ‘부재의 장면’을 응시한다.
고찬규 작가는 일상의 단편 속에 드러나는 인간 내면의 정적과 침묵, 그리고 소통되지 못한 감정의 흔적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해 왔다. 익숙한 자세, 무표정한 얼굴, 엉켜 있는 큐브, 벗겨진 슬리퍼 같은 사소한 요소들은 그 자체로 결핍의 서사를 말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말을 멈추고, 시선은 허공에 닿아 있다.
그들은 침묵하고 있지만, 동시에 관객과 어떤 대화를 시도한다.
그 말 없는 장면들 속에서 우리는 ‘나’의 단절된 순간을 발견하고, ‘우리’의 관계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Scene of Absence는’ 고요하지만 낯설지 않다. 그것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 한 켠에 있는 풍경이다. 이 전시는 말 대신 시선, 존재 대신 부재, 대화 대신 침묵으로 채워진 장면들을 통해, 관객 스스로가 자신만의 ‘부재의 서사’를 되짚어보도록 안내한다.
내 작업의 중심에는 바로 ‘드러냄’의 문제가 있다. 화면 위에 서 있는 인물들은 침묵하지만, 결코 말이 없지 않다. 그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어떤 존재와도 온전히 연결되지 못한 채, 부재와 정지 속에 머물러 있다. 나는 그들의 고요 속에 감춰진 긴장을 응시하며, 우리가 말하지 못한 감정과, 표현되지 못한 관계를 시각적으로 호명하려 한다.
'부재의 시대'는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우리의 초상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함께 있으면서도 서로를 만나지 못하게 되었고, 말하면서도 듣지 않으며, 소통을 시도하면서도 점점 더 깊이 단절되어간다. 이 결핍의 시간 속에서 나는 오히려 비어 있는 자리, 응시의 틈, 침묵의 울림 속에 집중하고자 했다. 그것은 결코 정지된 것이 아니라, 잠재적인 서사와 감정이 깃든 역동적 공간이다.
작업은 말 없는 대화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감각하려는 행위이며,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는 시도다. 나는 이지를 통해 다시 한번 묻는다. ‘진짜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 질문은 내가 마주한 인물들의 눈빛, 걸음, 혹은 멈춘 자세 속에서 조금씩 형태를 얻는다. 결국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은 단 하나의 진실이 아니라, 우리가 끊임없이 그것을 찾아 나아가는 태도이다. 나의 작업은 그 여정의 흔적이며, 그 길 위에서 마주친 부재와 응시, 침묵과 감정의 언어다. - 고찬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