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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인간의 손끝이 만나는 지점, 2026 한국기초조형학회 국제학술대회가 던진 질문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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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국제 디자인 담론의 장, 기초조형의 미래와 인간 창의성의 본질을 다시 묻다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며 디자인까지 수행하는 시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작 활동이 이제는 알고리즘과 협업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인간의 손끝에서 시작된 기초조형 교육은 앞으로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기술이 창의성을 대신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인간의 감각과 사유를 더욱 깊게 만드는 도구가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는 국제적 논의의 장이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대학교에서 열렸다. 2026 한국기초조형학회(KSBDA) 춘계 국제학술대회 및 초청작품전“Basic Design and Art at the Boundary of Human Touch and AI(휴먼 터치와 AI의 경계에서의 기초디자인과 예술)”를 주제로 개최되었으며, 한국·중국·미국·캐나다·일본·인도 등 여러 나라의 디자인 학계 리더와 교육자들이 참여해 AI 시대 기초조형과 예술 창작의 새로운 방향을 함께 논의했다.


<사진= 한국기초조형학회 김성현(Kim Sung Hyun) 회장>

한국기초조형학회 김성현 회장은 개회사에서 “기초조형은 단순한 조형 훈련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과 사고, 창의성의 토대를 형성하는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인간 고유의 감성과 비판적 사고를 지키는 기초교육의 가치가 오히려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유홍림 총장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그는 개회사에서 “인공지능은 강력한 알고리즘을 통해 디자인 프로세스를 재편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예술교육 체계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초조형과 예술 창작은 기술과 인간성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하며, 학제 간 융합 속에서 AI 시대 인간 창의성의 토대를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발표는 베이징사범대학 미래디자인대학 가오펑(Gao Peng) 학장의 기조연설이었다.

가오펑 학장은 “AI를 통한 디자인 교육의 역량 강화: 청소년 심리 지원 로봇 디자인 탐구”를 주제로 발표하며, 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청소년 정서 지원형 동반 로봇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디자인을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공공의 복리에 기여하고 인문적 온기를 담아내는 체계적 방법론이라고 정의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은 청소년의 심리적 방어 정서를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시스템은 비침습적 광용적맥파(PPG) 기술에 AI 기반 자연어 상호작용과 인지행동치료(CBT) 개념을 결합해, ‘안전한 경계 완화 → 문제의 외재화 → 인지 재구성’으로 이어지는 3단계 개입 모델을 구축했다. 기술은 차갑지만, 그 기술이 향하는 방향은 인간의 마음을 돌보는 데 있었다.

이 발표는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각국 학자들은 데이터 보안, 정서적 의존 가능성, 문화권별 적용 문제 등을 중심으로 활발한 토론을 이어갔다. 특히 AI가 청소년 상담과 정서 지원 영역에 활용될 때 인간 상담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깊이 있게 진행됐다. 이는 AI 기술의 발전이 단순한 기능 경쟁을 넘어 인간 존엄과 윤리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가오펑 학장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중 공동 디자인 교육 플랫폼 구축 계획도 발표했다.

베이징사범대학 미래디자인대학은 한국의 고등학교 및 대학과 협력해 “디자인 교육 창의 해외 인재 실천 거점”을 공동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이 거점은 “이중 지도교수(Double Supervisor) +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방식을 도입해 학생들이 실제 산업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설계된다.


<사진= 베이징사범대학 미래디자인대학 학장 가오펑 교수>

또한 대학 측은 “한·중 산업디자인 창의 공동연구소”립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기초조형학회와의 협력을 통해 실제 산업 과제를 교육과 연구에 도입하고, 산·학·연 통합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한 학술 교류를 넘어 미래 디자인 산업 생태계를 공동으로 만들어가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행사 마지막 날, 가오펑 학장은 인상적인 말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미래에서 디자인은 더 이상 특정한 물질적 형태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미래 디자인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 인간과 기술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따뜻하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이 말은 이번 학술대회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AI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지만, 인간의 경험과 기억, 공감과 윤리, 그리고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려는 마음까지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결국 기초조형 교육이 지켜야 할 것은 손으로 선을 긋는 기술만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인간을 이해하는 감수성인지도 모른다.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기술의 속도를 찬양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AI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인간 창의성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예술과 디자인 교육이 미래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차분히 성찰한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기초조형 교육이 단순한 기법 교육을 넘어, AI 시대에도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가장 근본적인 토대가 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학술대회의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 질문은 여전히 우리 앞에 남아 있다. AI가 모든 것을 더 빠르게 만들어가는 시대에, 인간의 손끝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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